14처,이정표를세우며,2.목시물굴(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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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처,이정표를세우며]2006년2월1일부터 14일까지 하루한곳씩 작업노트
 
예기촬영공연사진집
후원 및 지원금 온라인입금구좌번호 국민은행 438901-01-174296(신영철)
copyleftⓒyegie 2020.2.9
 

제2처 목시물굴,제주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중산간길..
긴 길을 걸었습니다.
자동차가 있다면 차 가진 사람 한사람만이라도 순례에 참여하였거나
이 순례의 얘길 듣고 차량지원만이라도 선뜻나서주었다면
15분정도면 일행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무겁고 힘든 짐들을 갖고 3시간이나 걸어서 예정보다 훨씬 늦게
어둑해지는 시간에야 목시물굴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그리쉽게 왔던 선흘1리 동백상회앞 네거리까지 가기위해서
제주에서 함덕까지 버스를 타고간후 버스에서 내려서
3시간이 좀 안되는 시간을 굽이굽이 걸었습니다.
제주 중산간마을길의 아름다움이 조급한 걸음속에서도
꿈결처럼 다가왔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옹기종기 살던 사람들이 걷고 생존하던 곳.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가해한 또다른 사람들에 의해 공포속에서 바라보고
이유도 모른채 죽어가야했던 곳.
목시물굴로 4.3순례지의 이정표를 세우려 걸어가면서 바라보는 길은
산굼부리 밤하늘 뽀얗게 수놓인 성운을 바라보며 생각하던 우주의 얘기와 같습니다.
순례에 함게하는 참가자들은
어제보다는 익숙하게 낯설지않은 모습으로
간혹은 스스로 준비한 얘기를 귀하게 풀어놓으면서
목시물굴 입구로 가는 어느 개인의 봉장에서
자신이 준비해온 이정표와 편지
4.3자료책자에 적힌 이곳의 자료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짐과 옷가지들을 두고
준비해간 랜턴과 촛불들을 가지고 몸하나를 겨우 눕혀 들어갈만한 입구를 내려
사람들이 살고있던 곳
그렇지만 사랑마져 빼앗지는 못해서
아름다운 삶이 변함없이 존재하였으리라 믿어지는 곳
목시물골로 들어갔습니다.
가져 간 끈으로 길을 만들고 촛불로 칠흙같은 어둠을 조금조금 밝혔습니다.
간혹 떨어지는 숨결과 스쳐 맞아주는 숨결.
이 안에선 박쥐도 아름답고 얌전했습니다.
박수현 조은성 예플러 ..순례를 준비한 사람들은 하나하나 자신이 준비한 선물이나 얘기를 털어놓았고
그 작은 스침으로 시공을 초월한 그리움이 꿈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좀 더 깊이까지 따라들어간 뒤
홀로 빈공간에 남아서
가는 촛불 몇개의 흐린 실날빛 속에서 용암굴 천장에 매달린 작은박쥐 벗삼아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시간은 어둠속에서 호호 찬입김을 내쉬면서 낯설은 동무의 어깨를 간지려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두고 간 카드와 연필과 함께 놓아준 노트 그리고 나무가지.
우린 동굴밖에 이정표 몇개를 세우고
예플러는 벗을 사귀듯 여러장 편지를 적어서 그 이정표 곁에 두었습니다.
해가 졌는데도 우리는 아침을 맞이하는 듯
좁은 공간을 지나서 그곳을 나왔습니다.
밤이면 가끔 누군가 이 빛이 그리워서
이 공기가 그리워서 몰래나와 숨죽여 심호흡을 했을거야.
순례자들은 그 어두운 밤 밝음을 느끼면서 공기를 맞던 아이 혹은 소년
혹은 노인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흰 이정표를 놓으려고 왔어요.
당신들이 그리워서 그리고 죄송스러워서..
편지만 드리고 몰래 가려고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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