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m11 파람-피안의길목에서11(2004.1.27)성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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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m 파람-피안의길목에서 파람작업노트  
김차현  김윤경  임혜영
this shore of the hill 언덕,이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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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기촬영공연사진집
 copyleft yegie 2022.2.14
 

 

제 목 : [파람11]씨앗을 심는이 피안의 입구에서 노인을 만나다
시 간 : 2004-01-27 오전 11:47:51
 
수십 년이 된 지도첩을 갖고 다니면서 씨앗을 심어가던
그의 여행 속에 세가지 만남이 준비되다.
첫번째
이름도 지워진 어는 길목에서
짤리어 지워져 간 그 표시점 곁에
다시 새로운 씨앗을 심으며
인간종이 만들어가는 변형에 대해서 생각한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는데
문득 어디서왔는지
한 노인이 넌지시 곁에 서서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물어보기에
자신의 일을 얘기했다.
관심가지시며
지도첩을 쳐다보고
부드럽지만 지도첩의 일부를 보여드리며
그속에 적히고 중첩되어 기록된
나만의 부호와 메모들을 설명해드린다.
노인이 차한 잔을 권했다.
감사드리며 마셨다.
삶의 희노애락일랑 온화로 지우고
자신에게 어느 언덕등정 모서리에서
작은 언덕 아래를 내려보며
쥐어준 물한 모금.
새로운 나무의 씨앗하나가 그 노인의 곁에
동행자처럼 심어졌고
씨앗을 심는 이는
다음장의 지도첩을 넘기면서
다음 장소를 황급히 찾아 생각하였다.
언덕을 내려올 때
노인곁에 방금 전 자신이 심은 씨앗이
싹을 띄우고 새로운 줄기를 일궈냄을
착시처럼 바라보았다.
 
 
제 목 : [파람11]상무대의 주부 ,증언자의 기록하나 을 접하다
시 간 : 2004-01-27 오전 11:55:24
 
상무대 연병장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왔다.
상무대에도 보호실이 없어서 우리를 연병장에 세워둔 채
커다란 막사를 순식간에 짓고 우리를 그 안에 수용하였다.
광주경찰서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전등불이 대낮처럼 밝게 비치고, 문이라고는 출입문 하나밖에 없는 곳이었다.
우리를 세 명의 조사관이 일렬횡대로 세워놓고는 소지품을 모두 꺼내라고 했다.
나는 현금을 얼마간 지니고 있어서 다른 소지품과 함께 돈도 꺼내 놨다.
그러자 "이 새끼야! 누가 돈까지 내놓으라고 했어!!" 하며 워커 신은 발로 걷어찼다.
혼자서 일어서지 못하고 꾸물거리자 제 놈들이 세워주더니 악을 썼다.
"돈 집어 넣어, 이 새끼야!"
"소지품 내놓으라니까 내놓은 것 아니오."
"이 새끼가 어디서 이유를 달아"
하면서 조인트를 먹였다. 소지품 조사를 끝낸 후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뒷짐 지고 무릎 꿇고 머리는 처박은 상태로 계속 있어야 했다.
사람 몸이 뜨겁다는 것을 그때 정말 절실히 느꼈다.
앞 쪽은 그래도 머리가 있으니 괜찮지만 양 옆과 뒤에서
서로 몸이 닿기만 하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열이 전해져 왔다.
공기 구멍하나 없이 찜통 같은 막사에 맞아서 열나는 사람들을 그렇게 붙여 놨으니...
그곳에 수용된 후부터는 시간관념이 없어져 버렸다.
화장실 갈 때에나 물이 필요할 때는 손을 들어 의사표시를 했다.
그 외에는 고개조차 쳐들 수가 없어서 3일간이나 수용되어 있었지만
함께 갇힌 사람들의 숫자가 얼마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손을 들고 용무를 말하면 물은 놈들이 컵에 따라다 손에 쥐어주면
고개 숙인 채 받아 마셔야 하고 화장실엔 안대를 하고 끌려가 일을 봐야 했다.
화장실에서는 좌로 몇 발, 우로 몇 발, 원위치하고 말해주는 대로 움직여 일을 보는데
이때 3분의 시간을 초과하면 요령 피운다고 수 없이 두들겨 맞았다.
용변도 시간에 맞춰서 보고, 보고 난 후에는 신호를 보내 되돌아왔다.
그때 내 옆에 쉰여 섯 살 된 노인이 있었는데,
시내에서 팔이 부러져 사과궤짝으로 시민들이 응급치료만 해준 상태로 잡혀왔다고 했다.
그분은 열과 통증을 못 이겨 실신해서 밖으로 데려갔는데 치료나 제대로 받았는지 모르겠다.
19일 오후부터 한 명씩 불러내어 집에 편지를 쓰도록 했다.
친구집에 갇혀 잘 있으니 걱정 말라는 내용으로 집주소를 정확히 기재하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학생이나 사상자를 색출하기 위한 신원조회였던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내가 그곳에서 보낸 편지를 받았느냐고 확인해 봤지만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그날 밤부터 사람들을 몇 명씩 빼내가는 일이 생겼다.
발소리가 들린 다음 부스럭거리고, 그런 다음에는 자리가 점차로 넓어졌다.
내 옆에서도 한 사람이 빠져나갔다.
그 순간 심장이 방망이질 하듯 뛰고 머리 끝이 쭈삣쭈삣 섰다.
만약 그때 불려 나가 그들이 위협하면
그것이 어떤 내용이든 상관없이 모든 것을 시인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동안 식사도 못 하고 땀도 많이 흘렸지만,
더욱이 온몸의 진이 다 빠져 머리카락이 엉겨붙을 정도였다.
하나 둘 사람을 빼내간 후 틈이 생기면 대열 정비를 다시 하고 또 다그치곤 했다.
(증언자 : 하용만(남)
생년월일 : 1947. 1. 20(당시 나이 33세)
직 업 : 건축업(현재 막노동)
조사일시 : 1988. 12)
 
제 목 : [파람11]씨앗을 심는이 상무지구에 이르다
시 간 : 2004-01-27 오후 12:58:51

 
상무지구는 또 하나의 주거개발지역으로
산과 들의 모습으로 있던 곳이
대규모 고층 아파트촌으로 바뀌었다.
씨앗을 심는 이의 지도 속에 담겨있던 불암산 밑과
정발산아래 같이 이곳도
그가 심어서 자라던 언덕과 동산의 나무들이
일률적으로 잘리워진 후에 그곳에 전원도시라는 이름의
주택가가 들어선 곳이다.
재개발되면서 상무지구엔 아파트 단지 옆 골프장 바로 곁에
상무대란 기념공간이 섰다.
그리고 영화촬영세트처럼 만든
상무대 영창과 법정 내무반과 기념관이 생겨났다.
씨앗을 심는 이의 지도에 표시된 나무등걸은
측적결과 상무대 법정 건물 입구간판쪽 조성화단
바로 1미터 앞에 있엇다.
지워진 그곳에 그 나무등걸의 흔적과
그의 생명잔여를 찾아서 그를 보살피고 그 곁에
또 하나 새로운 씨앗을 심었다..
그리곤 열린 조그마한 입구를 통해서
법정엘 들어가보았다.
그리고 피의자대기실.
누군가 금새 지나간 듯
작은 탁자 위에 꽃병 그리고 촛불이 놓여있다.
그리고 그곳을 스쳐간 하나사람의 온기어린 흔적도..
 

2004년1월 열 번째 그리고 열한 번째 피안의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 
http://yegie.com/param11/page_01.htm
 
 파람 연작 10,11은 2003년5월에서 2006년4월까지
그 벗을 잃어 버린 파람의 공간에서 다가온 세사람이 있어서
문득 제안하고 이어본 두 편의 작업.
1월13일과 27일 두 번의 공연을 위한 날짜와 공연장을 정하고
이 작업의 동행을 호기심어리게 다가와준 세사람과 함꼐하면서
지난연작의 인물들을 다시 생존시키고
그 다가온 이들이 그릴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
피안의 길목에 놓아보는 작업형식을 택했습니다.
나무를 심고 싶어하는 이와 점자책을 만들고 싶어하는 이를
피안의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으로 배치하고
그들의 일상의 얘기가 파람의 도달치만큼에서 각기 생성 시켜져
기존의 인물들과 오버랩되고
희망이란 결론으로 매듭지어보았던 시간.
파람의 인물들이 그들이 피안으로 걷고 잇다는 것을 자각하지 않듯이
이승의 삶 속에서 제각기의 일상그대로 걷고 있어서
그렇게 피안인 모습.
모처럼의 동행이 성산역(월드컵 경기장역)광장에서 낮과 밤
하루를 살다가 떠났습니다.
파람10,11부연작은 그렇게 우연처럼 다가왔다가 기약없이 헤어져
다시 파람의 화두는 2006년4월까지 2년3개월간 그 만남을 멈춘 채
그렇게 머물렀습니다.
그리움만 하염없이 안은 채 수많은 인물들이 생명을 숨기고
겨울잠을 자듯 우리곁에서 떠나간 이별의 시간이 그렇게 흐르면서.
2012년 12월 25일 화요일오후 6:3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