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공연대본
예기플라타너스작품 흐름 작업노트
공연대본
플라타너스연극-흐름(예플)
 
흐름
공연대본
신영철 작 구성
1995.6.10 국립극장소극장. 플라타너스연극 中
 
 신영철 작의 이 공연대본은 누구던 필요하신 분이 저자 사전승인없이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본은 공연연출과정에서 얼마던 첨삭되고 각색되어도 가능하며 필요하시다면
트라마트루기로서 작가를 활용하셔도 좋습니다.
 
 
조그마한 아파트의 거실.
비가 올 듯 흐린 날의 아침녘.
방안은 잘 정돈되어 있고 책상엔 이 방의 주인인 듯한 남자가 외출복장을 갖추고 앉아있다.
옆엔 강아지 한 마리
남자. 수첩에 무엇을 적은 뒤, 일어나서 방안을 정검한 후 강아지를 안아 "집 잘봐!" 하고 말한다.
그리곤 실내에 불을 끄고 문 쪽으로 나간다.
실내는 강아지 한 마리만 남고 이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사물들만의 흐름이 시작된다.
강아지는 빈 방을 자유롭게 다닌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구름이 걷친듯 창가 커튼사이로 아침햇살이 조금씩 기어 들어온다.
햇살은 처음부터 길게 들어왔다가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짧게 창밖으로 나가고
다시 저녁을 맞으며 길게 방안으로 발을 디밀다가 사라진다.
남자가 채닫아두지않고 반쯤 열린 채 나가버린 창.
그 창틈새로 바람이 간혹 불어 들어오면 방안의 사물들은 약간씩 그 바람의 이동에 따라 자신들의 몸을 움츠리기도 하고
센바람엔 자신을 움직여 이동해 보기도 한다.
여름날의 날씨는 변덕스러워서 맑은 햇살이 비치는가하면 어느새 구름에 가려 짙게 어두워졌다가는 다시 밝아지기도 한다.
그 공간사이로 빗줄기가 날리기도 한다.
1,2분 가량 유리창에는 그리 굵지 않은 빗줄기가 부딪쳐와서 흐르다 가기도 한다.
괘종시계의 종소리가 한두번 울린다. 그는 묵묵히 시간의 흐름을 체크하고있다.
한 낮에 햇살이 한창일 때, 창문 밖에 날아와 앉았던 잠자리 한 마리가 열린 창을 타고 커튼을 걷고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가 다.
5시경에는 전화 벨이 울리고 자동응답기에 녹음해둔 남자의 메시지가 끝난 후
삐이-신호음 뒤에 여자의 정겨운 목소리와 들려주는 노래가 녹음되다.
어항의 금붕어는 하루 종일 분주하게 물 안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한동안은 죽은 듯 움직이지 않기도 했다.
초인종이 울리고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주인을 찾다가 돌아간 건 햇살이 방끝까지 기인 손을 뻗었던 초저녁 녘이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왔다.
사물들은 어둠 속에서도 자유롭게 흐름을 느끼다.
 
현관 문에 열쇠 따는 소리가 들리고 남자 밤늦게 외로움을 달래며 술에 취해 돌아와
방안에 불을 켜며 거실의 평화로운 흐름을 깨다.
하지만 몇 가지 분주함 뒤에 쓰러져 잠이 들고 거실은 이제 남자를 포용한 채 흐름을 지속시킨다.

(빛 서서히 가라앉는다)
 
[플라타너스연극-흐름]1995.6.10 국립극장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