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워커힐 공연 대본.
신영철 김선재공동구성

예기플라타너스작품 제시 작업노트
 
<실내>
- 늦잠 잔 날 느지막히 나감 -
밖에서 막 사온 테잎을 데크에 꽂고 듣는다.
- 하루종일 집에서 -
music video를 보며 따라한다.
- 유난히 일찍 일어난 아침 -
담배를 입에 문채 썬글라스를 끼고 어제 서점에서 훔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슬픈 대목이 나오면 울수도 있다.
- 엄마와 싸운 다음 -
쿠션을 끌어안고 가만히 앉아있다.
- 어느 날 오전 -
춤을 추며 전화를 받는다. ; 응, 응, 응, 그래.
안돼, 생리중이라니까!
- 어느날 집에 들어와서 -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 항상 먹던 것이 없자 소리지른다. ; 엄마!
- 비오는 오후 2시 -
단전호흡을 한다. ; 가부좌하고 고개를 든 자세가부좌에서 다리를 더 꼬고
용천혈을 누른 자세.
- 아침부터 더운 -
거울 앞에서 눈을 치켜뜨고 마스카라를 바른다.
- 날마다 같은 일들이 반복 -
쿠션위에 엎드려 세계지도를 본다. 쿠션위에서 비행기가 날듯 팔을펴고 아프리카까지 날아본다.
- 아무느낌 없는 날 -
잡지책을 보며 맘에드는 페이지를 찢어 모은다.
- 아무 날 아무 때 -
거울 앞으로가서 입술을 짙게 바른다.
- 산뜻한 기분을 가지고 깨어난 날 -
가벼운 체조로 몸을 푼다.
- 건조한 슬픔 때문에 -
노래를 부른다. 길게 늘려 부른다.
- 세수도 안하고 -
컴퓨터 통신을 한다. 친구가 접속하지 않자 키보드를 발로 찬다.
- 저녁 밥 짓는 냄새가 날 무렵 -
창문을 열고 시원한 공기를 마신다.
기지개를 켜기도 하고... 집 앞에서 장난치는 아이에게. ; 야!!
- 퇴페적으로 하루를 보내고...-
방 어느 구석에서 오락에 열중하고 있다.
- 애인과 약속하고 -
옷을 갈아 입는다. 가발을 쓰고 나간다.

플라타너스연극-제시(예플)
<실외>
택시를 잡는다. 빈 택시인데도 그냥 간다.
집에서 급하게 나와 배가 고프다.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때운다.
명동에서 구두를 고른다. 애교부리며 깍아달라고 한다. 버릇처럼...
전철안에서. 옆의 아저씨가 사람도 많지 않은데 자꾸 몸을 붙인다. 참다가 싸운다.
; 아저씨, 미쳤어요?
(내가 뭘? 그렇구 그렇게 생긴게 되게 그러네)
야! 이 새끼야!
술에 얻어맞고 길가에 앉아있다.
친구들에게 떼를 쓴다.
까페에서. 사랑을 나눈다. 키스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백화점에서 옷을 산다. 카드로 쉽게 사 버리고, 보기엔 별로 사고싶지 않은 옷을 사듯이...
볼링장. 스트라익되자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장난스러운 제스츄어와 소리를 지른다.
어느 건물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운다.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을 되려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이어폰을 끼고 걷는다. 껌을 씹을 수도 있고.
까페에서 항상 모이는 친구들과 시끄럽게 춤을 춘다.
고함과 이상한 집단적인 동작때문에 춤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친구들은 춤을 추는 가운데 혼자 책을 보고 있다.
과자를 먹으며 거리를 친구와 걷고 있다.
친구와 골목에서 사람들을 쳐다보며 읏고 있다.
이야기는 과장되고 웃음소리도 따라 커진다.

<그리고>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누군가를 부른다.
자꾸 부르자 제시가 순간적으로 돌아선다. 웃으며...
`저요?''
갑자기 가해지는 주먹. 복부를 강타하고 그 다음엔 정신을 잃은듯.
조금 정신이 들자마자 얼굴에 가해지는 발길질.
증오와 경멸을 담은 욕설이 그 위에 쏟아지고... 퍼붓고 떠나는 가벼운 구둣발 소리.
무슨일인지 정리해 보려고 하지만 그런 것은 되지도 않고. 우선 일어나보자. 그러나 처음 맞은 배가 너무 아프다.
다시 주저앉는다.
지켜보는 시선은 많은데 아무도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시 일어나려고 노력할 때. 누군가 내 앞에 선다.
순간 놀라 올려본다. 아는 얼굴이다. 친구다.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고 일어선다.
친구를 천천히 보내주고...
돌아서 걷는다. 전화박스를 지나치려다 멈춘다.
다가간다.
전화를 건다. ; ... ... 응. 괜찮아.
서태지의 혹은 듀스의 음악이 강하게 퍼지고 암전속에서 빠르게 슬라이드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