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아닌 날에도
공연대본
신영철 작 구성(공동구성 이현경 이승석)
공연구성및 편집국부분공연대본
5,18 민주항쟁 17주년:1997.11.꼼빠홀
 
 신영철 작의 이 공연대본은 누구던 필요하신 분이 저자 사전승인없이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본은 공연연출과정에서 얼마던 첨삭되고 각색되어도 가능하며 필요하시다면
트라마트루기로서 작가를 활용하셔도 좋습니다.
특히 마임이나 무용 퍼포먼스의 대본으로 많이 활용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3차원공간의 삶에 익숙해서 시간의 공유나 겹침을 당혹해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인간의 능력으로도 시간을 이동하는 4차원과 시간이 겹쳐 공유되는 5차원정도까지는 쉽게 체험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4,5차원의 자유로운 현상들을 3차원의 시간개념으로 설명하려하거나 3차원의 한계로 바라보면 마음은 다시 벽에 부딪겨 전달되지못한다.
플라타너스작업에선 항상 이 시간의 문제가 갭이엇다.
국립극장에서의 공연 [제시]에서 반복공연은 시간을 되풀이하는 것이엇고 경복궁에서 [시해의그날]에선 100년전과 현재를 동시에 바라보며 그 보이는것과 들리는 것의 합성을 통해 역사의 현장안에 빠져들어갔으나 사람들은 간혹 현실로 매치시켜놓은 그부분을 잡음이나 공연을 방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불편해하므로서 두개를 겹쳐보고듣지 못하고 3차원적 공간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51817그날아닌날에도]는 17년전의 얘기와 지난 5월의 얘기 그리고 11월 즉 그날아닌날의 제례가 동시에 보여지며 각기 다른 시간을 경과시킨다.
물론 스크린에 비춰지는 영상역시 자기만의시간을 가지고 있다.
 
관객이 가지고잇는 현실적 시간은 극의 시작에서 부터 끝으로 이어지는 현실시간으로서 일상으로부터 제례를준비하고 제례상을 차려놓고 조문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간과 일치한다.
이시간은 정확히 현실적 시간으로 규정지어져있어서 연극이나 꾸밈을 근절하고 진실의 시간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부분은 소외의 확인이며 제시였고 공유할수없음에 대한 아픔을 표현하고있었다.
같은 시간대를 같은공간에 살면서도 서로 공유되지못하는 화두,그것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있어서  인간이 넘지못하는 벽임을 실감하는 부분이며 시간이었다.
이 두시간의 기다림안에 7개월의 시간을 겹쳐 이동시킨다.,
범죄의공간으로 얘기하고싶엇던 1980년 5월부터 11월까지의 신아일보사 편집국공간.
그들은 무언가를열심히 하면서 살고있다.
그들이 무엇을 쓰는지 무엇을 고민하는지는 얼핏 알수있지만 그들의 고민이 구구절절 호소력있게 강요되고 설명될 필요는 없다.
죄에대한 변호에 익숙한 현대예술의 방식에 관객역시 익숙하여 주인공을 찾고 그들의 고민을 찾아 들어주면서 헤픈 감동을 남발하면 죄는 결코 인식되지못하며 인간의 죄에대한 감각은 점차 무뎌지고 결국은 선악의 기준과 개념이 전도되어 인간은 퇴화할 것이다.
이공간은 어찌보면 마임공간이다.마임에 대사가 들어간 것일수도 잇으며 듣기보다는 보는 대사를 깔고 그들의 얘기를 다른소리와 오버랩시키므로서 호소하는 그들의 변명을 단절시켜나가려 했다.죄를 용서받고자한다면서 변명이나 늘어놓는것은 온당치못한 겹죄가 아닌가?
결국 멀쩡하던 그들이 범죄집단이란 것을 자각케되는것은 스스로의 역사속 삶의 전개 후에야 나타난다.
 
마지막날 이현경기자의 마지막 제문에 [살인방조가 아닌 살인이었다]는 자각의 문귀가 읽혀지는 것은우리가 이 11월 그날아닌날에도를 굳이 만나서 한 가치를 찾게해준다.
그가 체험한 6개월간의 얘기와 세월을뛰어넘어 17년후 현실의 제레앞에 합류하는 시간 속에서 찾아내고 공유한 아름다움이었다. 시간은 동시에 다르게 겹쳐서 전개될수잇고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볼수있다. 시간만큼 자유로운것도 없으며 플라타너스는 인간영혼의 시간이동의 자유에 대해 감사하며 작업한다. 차기작업인 [아크로폴리스계단에서처럼]에선 이 시간의 공유문제가 완전한 자유로움으로 2500년전과 현재 그리고 무한미래를 공유하면서 함께 움직일 것이다.
 
51817그날아닌날에도엔 또하나의 시간공간이 있는데, 금준의 목소리로 배치된 1997년5월의 공간이다. 금준은 은정과 자기사무실에서 17주기를맞는 5월 광주로 내려가길 준비하면서 자신이 사환으로 있었던 그리고 이제는 조그마한인권신문을만드는입장에선 자신으로 성장하여 언론과 망각 소외와 단절을 만드는 인간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것이 지난5월이었다. 물론 그들 두사람 장금준과 이은정이 지금은 무슨생각을 하고있을지모르나 이무대에선 그들이 당시에 절실하게 준비하고 나누던 얘기가 6개월을 지난 하나의 회상으로 들려진다.
6개월전에 누군가가 가졌던 진실의 시간과 그 흔적이  무대에 공존하며 오늘 이 공간에 함꼐하는사람들의 가슴에 들려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소리는 인간에게 다 바로 들리지는못한다.
결국 그 모든 배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부분만큼 자신에게 절실하게 전달되며 자신이 공유하려하는만큼만 공유되고 나머지는 모두 흩날려버릴 것이다.
 
이 작업에서 만들어진 감동은 단하나 영화 [시민군윤상원]이다. 처음 이영화를 받아 보앗을때 너무 서투른 연기와 부족한 영상에 재미를 못느꼈다. [꽃잎]같은 영화가 너무도 멋진 장면을 연출해내어 관객을 동원하고 [모래시계]같은 드라마가 사람들을 감동으로 빠져들게하는 현실속에서 이처럼 부족하고 소박한 영화가 그들 눈높이와  감동을 따라갈수나 잇을까?
하지만 이부분역시 [꽃잎]이나 [모래시계]를 만든사람들의 유희와 상업주의에 관객이 현혹되고 너무 멋진 가식에 그것이 진실인양 받아들이는 현상에 불과하여 진실한 사람들의 소박하고 절실한 표현이오히려 어색하고 어눌해서 가짜(?)같아보이는 현상이다. 당시 도청지도부에서 함꼐투쟁하고 동지를 잃어간 사람들이 직접 쓰고 연출하고 연기하는 그런 드라마에서 우린 오히려 감동받지못하고 오버한다거나 연기가 미숙하다고 말을 하고있는것이 아닌가?
예술이란 부분에서 진실은 오히려 가식앞에 초라해져서  박효선의 눈물이 어색하고 이정희나 최민수의 눈물이 더 감동적이라고 감복하는 세상이니...
 
초연때도 그랫지만 타인의 아픔을다루는 예술은 만드는이와 보는이에게는 결국 유희이다.
그래서 이작업에선 만든다는것보다는 스스로 느끼고 체험한다는 데 촛점을 맞추엇다.물론 관객들역시 선별하고 싶엇다. 함꼐 상영된 영화 [시민군윤상원]은 광주인들에겐 어느정도 만에하나 유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것이 곁에서 이러쿵 저러쿵  평하고 얘기할수없는 어떤 진실의 크기가 있다.
51817의 무대공간에 이 영상을 배치하여 1시간40분동안 전작품을 빼놓지않고 완전히 영사시키면서 간혹 우리들의 시간에 그들의 목소리를 오버랩시킨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신문사편집국부분 공연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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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으로 변화되어 가는 역사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나태해지고
선은 점차 악이나 고루함으로 되어져 가는 것 같다.
선을 추구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 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이 인간적이란 말로 포장되며
세상을 점차 퇴화시켜 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7년 역사를 돌아본다.
같은 입으로 다른 말을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거나
퇴화를 인정하는 이가 없다는 것. 이것이 역사와 인류의 슬픔이 아닐까?
언론투이 역시  
그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 언론을  떠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두들 버티다 짤린 존재들.
현실주의적 타협으로 버티다가, 휘어져 비굴하면서도 버티다가 짤린 다음에야 언성을 높인다.
이 시대의 진실과 고뇌는 이기적 신상잡기에 있는가. 늘 현실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비굴화 시키고도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그 순간에도 자기처신의 맥을 잇는 일관된 변절 그리고 한 번도 후회하거나 죄를 인정치 못하는 존재들...
17년이 흘렀다.
17년 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는 부담감.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이겠지.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긴다.
나의 이 용기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범했던  죄악을 조금이라도 파괴시켜 줄 수 있을까?
 
1. 5월 3일 토요일 오전 8:30분 날씨 쾌청
 
현경, 우편물을 들고 경쾌한 걸음으로 등장한다. 콧노래가 절로 난다.
현경 : 신난향 씨 일찍  나왔네요, 어머, 머리했네. 단발도 잘 어울린다. 오늘 좋은  일 있나? 누구, 친구? 들러리가 신부보다 더 예쁘면  안되는데... 어디? (옷에 묻은 얼룩, 혹은  티끌을 떼낸다.)... 고마워. (원고를 든다.) 김선배?... 오늘  늦게 출근하려나 보지? ... 응. 알았어.
 
각 책상에 우편물을 나누어 놓은 후 자신의 우편물을 개봉해 검토한다. 원고를 정리하고  미다시를 수정한다. 사진을 고르고 사진 설명을 단다.
부장출근
쾌활한 아침인사. 유쾌한 농담.
'엠마뉴엘'로 모닝커피를 4잔 주문한다.
부장, 김기자의 안부를 묻는다.
현경 : (김선배의  원고를 건네며) 부장님, 이거 퍼스트  레이디 김선배  기사구요, 영화진흥공사로 바로  출근한다고 전화 좀 부탁한데요.
 
부장,  편집회의를  주재한다. 신기자와 현경에게서 기사설명과 원고를 넘겨받는다.
 
현경 :  (「푸른 교실」원고와 사진을  건넨다.) 어린이의 해,어린이 날인 만큼 소외된 아동들의  얘기를 실었으면 합니다. 이건 창립  10주년을 맞은 YMCA 영등포  지회 「푸른 교실 」 취재기산데요,  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간관계를 풍부히 하는 프로그램을 1천회가 넘게 운영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그리고 이건 「한벗회」에서 꾸미는  골목무대 기산데 사당동 판자촌 등을  돌아다니며 불우 어린이를 위한 무료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한벗회 사진이  없음을 깨닫고  조사부에 전화.  사진 받으러 퇴장. 들어오며
(신기자에게) 나가? 편집부  가는 거면 이것 좀...  아니다, 내가 갈게. 다녀와요~   
분주한 편집국의 모습
 
부장, 김양삼 기자로부터 전화로 기사를 전송받고 있다.
부장 : 오늘 점심은 김양삼이가 비싼걸로 한 턱  낸다는데 점심약속 없지?
현경 : 왜요? 오늘 김선배 생일인가?
부장 :  어제 시사회 다녀왔쟎아.  촌지가 짭짤했나봐.   이거 편집국에 가져다 주고 중요한 거니까 좀 키워달라고해.
현경 : 이거  어제도 나간 기사쟎아요. 다른  기사도 많은데... 그리고 내용도 없는데 톱으로 가요?
부장 : 그럼  어떻해? 특별히 부탁받은 기산데 ...(잠시  고민) 내용이 별로  없으니까 여기 출연자  누구 누구 누구 누구를 마루사진으로 넣어서 지면을 키워. 빨리 넘겨줘
현경 : 이거 뭔, 자료사진인지 사진설명인지 모르겠군
 
부장, 김양삼 기자의 퍼스트 레이디 기사를 전화로 처리
현경, 편집부로 교정부로 공장으로 바쁘게 다닌다. 책상에서 원고를 챙겨 검열단으로 가려다
"참, 저... 부장님, 저 점심같이 못하겠는데요, 김  선배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
교정부 '관료제도의 문제와 해결책' 꺽쇠부분 (5.21.)
 
2. 5.27. 화요일 오전 10시 날씨 -최루탄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들어오는 현경 휴지로 코를 푼다.
교정부로 -외면당하는 전통예술 들고 있는 게다시와 교정부의 스리지를 비교하며 교정한다.
 
첫째  문장에 꺽쇠가  빠졌거든요. {위축일로를  치닫고 있는 전통예술과 생사의 기로에 선 예술인들.} 예. 그리고 두  번째 문단 첫머리에 {사회의 냉대 속에 일반대중과의 접촉이 완전히 끊기다시피 된데다 천대를 받으면서}에서 된 데는 어이고 천대는 아이거든요.  예 천대.  대머리할 때  대자요. ..그리고 또 천대가 나오죠  그 문단 끝무렵 {유일한 활로인  방송국조차도 외면하거나 천하고  있다.} 그 천대도 대머리  할 때 대자고 바꿔주세요. 예  ㄷ습니다. 아 참 연극 좋아하세요?  표( 「1980년 5월」, 공간사랑.  평일7시 토요일 4시 7시)가  있는 데 보러가실래요? 어제 봤는데 공연  좋더라구요...  수고하십시오.
 
편집국에 들어선다. 책상에서 전화메모 발견. 전화를 건다.
*동료들의 항의전화
응 한기자, 나야. 전화했었어?
.......
.......
......
.....그렇지 않아.
무책임하지
......
그건 더 무책임하지
기사를 안쓰면 신문이 안 나오냐? 잡지 오려 붙인 이상한 신
문이 되쟎아.
.....어쨌든 난 잡지 베낀 신문을 낼 수는 없어.
.....
아- 그게 아니라니까. 끝까지 잘 읽어봐. 그리고 잘 생각해봐라, 극소수 불순분자가 누구냐? 그야말로 극소수 불순분자지. 안그래?
....아무튼 저녁에 만나서 얘기하자구...
 
부장, 들어서면 광주에 대한 걱정
 
* 장석원 이벤트
기사중 한 문장정도를 읽었으면
이현경: (사진을 보며)   조사부죠...조부장님! 저 문화부의 이현경입니다. 장석원 이벤트  사진이요, 지금 이 사진 말고 다른 걸 썼으면 해서요. 공연 사진 중에  두 손이 뒤로 묶인 거 있죠. 예,  맞아요...온몸이 밧줄로  결박된 배우  둘이서 서로 끊어주는  장면이요. 예...  금방  될까요?   예?  고문단이요? 아...검열단이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 아이 조부장님. 부탁드립니다. 예... 헤헤.  그럼 10분 후에 수현이를 보낼께요. 조부장님 고맙습니다.
 
이부장: 이현경이! 너무 과격한 거 아냐?
이현경: 미리 겁먹을 필요 있나요? 짤리면 그 때가서 바꾸죠
뭐. 부장님  그렇게 걱정했던 「무덤없는  주검」기사도 결국 살았쟎아요.
(씨알의 소리 원고와 사진을  이 들고 있다.) 근데 부장님 오늘 가 보니까 검열단  보안 소위가 바뀌었더라구요, 아무래도 어제 그 토선생전 연극기사땜에 짤린거 같아요.
이부장: 뭐...?  문어나오는 거? (어제 신문을 펴 본다.)
이현경: 사실, '대머리 문어' 부분은 제가 생각해도 좀 과격하 다 싶었는데 끓는 물에 데쳐 죽는 부분까지 살았쟎아요...
이부장: (신문의  은유기사 부분을 읽는다.) 예술은  예술이어야 하되  사회와 고통에 대한  강건너 등불식 무관심일 수는 없다...폭력으로 흥한자는 폭력으로  망한다....아무튼 아슬아슬해. 이  현경이, 조심해. 부주의해서 흥한자는  부주의해서 망하는 거야.그나저나... 검열단 다녀왔지?
 
* 씨알의 소리 창간 10주년 기념 기사
       왕창 짤렸어요... 아니, 함석헌  님 성함 내보내지 말라고 보도지침 내려왔었어요? 왜  난 못봤지? .... 누구누군데요.  함석헌, 김대중, 문익환, 백기완...   아휴 젠장 이걸 어쩌지? 젠장!
이부장: 이거 3분의  2가 짤렸네, 이 기사  안 되겠는데 빼야겠어. 이 현경이! 이거 말고 딴 기사 없어?
이현경: 부장님, 그러지 말고 사진을 키우죠?
이부장: 사진을? 이 책표지 사진을? 아무리 그래도 반이상을 어떻게 사진으로 채우나?
이현경: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는 내용이니까 책표지를  키우는 게 당연하죠. 한 6배 정도만 확대하면 되겠는데요 뭐.
이부장: 이정도 키우면 글  차례 글씨가 보일텐데, 여기 문제될 내용이 있으면.......
이현경: (말을  막아서며) 검열 통과 한거니까  문제 없을 겁니다. 검열단에서 오케이 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긴다  해도 통과시킨 보안사 소위의 책임이지
검열받으라 해서  꼬박꼬박 검열  받은 우리  책임은 아니죠.
부장님 사진을 키우죠 네? 네? 네?
이부장: .....
이현경: 지금  태업 중이라 업무도  늦어지고 있어요. 마감시간 다 됐는데 언제 기사 만들어서 언제 검열 받습니까?
이부장: .......
이현경: 이거 우리 신문만 나가는 특종이란 말이예요.
이부장: 그럼 그렇게 해.
이현경: 제가  연락하죠. (편집부에 전화를  건다.) 편집부죠?
문화부 이...여보세요, ...  여보세요... 에이. 그냥 다녀오겠습니다.
교정부- 씨알의 소리/ 연극기사- 토선생전
 
3.7월말 8월초. 오후 5시. 날씨-찜통 더위
부장, 달력을 넘기며  시국을 걱정한다. 자리에 앉아 신문 미다시 등을 읽으며  김양삼 기자와 시국을 논한다.  성냥을 쌓으며
이부장 : 김대중이가 간첩이라...개나  소나 다 잡아들이는 구만. 큰일이야 큰일.  사회 정화도 좋지만 이거 엄한 사람까지
다치는 건 아닌지 몰라. 대통령 되기  힘들구먼 등 등의 시국 관련 걱정 한참
       어? 단성사 애네들 이거 너무하는구만. 이거 조선일보 반도 안돼잖아?  참 나 위에서  한 소리 듣겠구먼.  안 되겠어.
       "단성사죠? 광고 영업부  박대리 좀 부탁합니다. ... 박 대리 이거 섭섭합니다.  무슨 소리라뇨? 광고말입니다.
       위에서 보면 나만 쪼이는 거 박대리도 알면서 ...  어려우면 다 같이  어려운거지 조선, 동아는 덜 어렵고  신 아일보만 특별히 어려운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말고 일 더  커지기 전에 잘 생각해서 처신하슈.  자꾸
       이러면 재미없어. 술? ...  술은 뭐... 알았어, 알았고 좀 신경좀 써주쇼. 예."  진작에 그럴 것이지.
 
현경, 등장. 간식거리가 들려 있을 수도 있다.
현경 : 게걸음으로 다니는 것도 한두번이지... 코딱지 만한 신 문사 정문에 장갑차를 들이밀어 놓으면  어쩌라는 거야. 스몰
사이즈 장갑차 없나?
부장 : 계엄이  해제되야 그 꼴을 안보지.  그게 언제가 될런 지...
현경 :  공수 군인들 때문에  양치도 못하겠어요. 신난희  씨, 수돗가 가봤어요?
신난희, 부장, 한마디 씩 거든다.
 
부장,   외국 잡지를 뒤적이며 기사거리를  찾고 있다.   휴가 얘기, 유니버스 얘기, 연예계 스캔들이 간간히 섞인다.
 
이부장 : 김양삼이, 이거  어때? 사진 괜찮은데. '우아한 액세서리-파리 액세서리 전문  디자이너의 샤르르 주르단이 고안
한 악어  가죽으로 만든 모자와  장갑. ' 괜찮지. 이건  또 어 때? ....이건?  이건? (읽는다. 김기자 맞장구 친다.)
이현경 :  신문은 잘  팔리겠군요. .....(참다  참다).....부장님!... 그거 좀 심한데요.
이부장 :  어쩌겠어. 신문은 만들어야  하는데 기자들이 전부 데모하러 다니고 윤전기는 섰으니..... 나참, 일간지 역사상 발
행이  중단된 신문은  우리신문사 뿐이란다.  아니, 김양삼이, 도대체 월급을 몇% 올려달라는 거야?
(김양삼, 응수한다.) 이현경이는 왜 데모안하나?
(현경, 알 듯 모를 듯한 미소)
이런 월급올려 달라고 데모할 시간  없다 그거지? 하긴, 데모 할 일은 따로 있지...
그래 기사거리는 뭐 좀 찾았나?
 
현경, 신채호 관련 기사 설명. 그외 토막기사들
       종교계, 세계 3대  종교 공통점있다. 「살인말라」「거       짓말 말라」등.
       기록자 입장따라 판이한 역사
       죽음에 무관심한  현대인 -자신과는  상관없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
 
부장, 「원로를 찾아서」를 읽는다.
이현경 : 아예 「어용을 찾아서」라고 제목을 바꾸죠.
이부장 : 이현경이, 좀 심하구만. 이현경 : 부장님,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이부장 : 나라고 별 수 있나? 위에서 실으라고 원고 채로 내 려온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누군 이런 거 실고 싶어서 실나?
이현경 : 그리도 부장님이 막아야지 누가 막아요?
이부장 : 모르는 소리  말게. 내 말이 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냐.
       현경, 원고를 계속 쓴다. (금준의 소리가 맞믈렸으면) 92-3430 부탁합니다.  
       극단 '에저또'죠... 저 신아일보 문화부기자  이현경입니다. 안녕하셨어요?  오늘 「뱀」공연 보러가고  싶은데 공연 있나요? 예...  저... 어제 문제가 있었다던데...  공륜요... 줄줄이  잡혀 들어가는 장면이 걸린건가요?  그래서 어떻하기로 했나요?  쇠사슬만 없애면 줄줄이 잡혀들어가도 된데요? 이거 원 공연하게  해 준 걸 감사해야 되는 건지 ...  그럼 7시 공연 맞춰서 가겠습니다.뵙고 저녁에 할머니 집에서 소주 한 잔 합시다. 예.
 
       현경, 가방들고 퇴장.
교정부- 원로를 찾아서 (8.26.)
 
4.9월 2일 화요일 오전 11시 날씨 -부슬 비
현경, 비젖은 우산을 들고 등장. 기사 준비로 분주하다.
이현경 : 72-6890 부탁합니다.
 여보세요? 이강백 씨네  댁... 안녕하세요. 전 신아일보 문화부 이현경입니다.  전에 전화드렸었죠? 네? 저  침묵극 때문에 인터뷰...  예. 오래 안 걸려요. 그냥  침묵극을 하게 된 배경하고요, 침묵극의 특징 정도만  여쭤보려구요. 2시 어떠세요? 여기 위치 아십니까? 정동교회 아시죠? 거기서  MBC 쪽으로 조금 올라오면 국제신문사 빌딩이  보입니다.
그바로  옆 건물 붉은  벽돌 건물 4층입니다.  예 고맙습니다. 그럼  이따 2시에 뵙겠습니다.
* 취재차량 지원 신청
이현경 : 배차계 부탁합니다. 저 문화부 이현경입니다.  1시에 취재차량 지원 좀 받으려구요. 네?  용달차요? 1시 전에 들어올 승용차도 없구요? 그럼 2시 까지... 없어요? ... 사진기자랑둘이 가야  되는데 어쩌지? ... 신림동이요...  할 수 없죠,  뭐. 제가 뒤에 타야죠.  아 참, 배달이 3시죠? 용달차는 그때까지 들어와야 하쟎아요...그럼 올 땐 어떠하죠? ... 다른 신문사 차 얻어타야죠, 뭐. 네 수고하세요. 김선배, 혹시 취재차량 증강계획 없대요?
부장님한테 건의  한 번 해보라고 말씀드리세요.  포니 4대로어떻게 취재를 다녀요. 정치부, 사회부 다타고 나가면 문화부 는 매일 용달차 신센데... 우리는  그렇다 쳐도 사진기자들 한 테 미안해서  취재가잔 말도   못하겠어요.  그래도 김선배가 제일 선배쟎아요...
 
부장, 등장.
(신기자로부터 긴급하게 전해 듣는다) 나? ... 국장님이? 부장, 국장으로부터  대통령 취임  기념 수필에  관한 사항을 지시받는다.
 
현경, 사진기자 섭외- 조사부 박기자, 12시 30분 정문 앞 등
이부장 : 오늘 4면은 기사 다 찼으니까 5면에 실을 연극단신 빼고 나머지는 내일 실기로 하지
이현경 : 아니, 왜요?
이부장 : 전 대통령 취임 기념 수필이 전면에 나가야되.
조사부죠... 전대ㅌ령 취임식  사진 올 칼라로 빨리  좀 해 주십시오. 칼라가 선명히 나와야 된다니까 신경  좀 써주세요. 부탁합니다.
이현경 : 경사 났군. 지난 금요일날  전두환의 어제와 오늘 -
유젼시절-나갔잖아요.
이부장 : 김효자씨? 예  저 신아일보 문화부장 이승석입니다. 부탁한 원고  다됐나요? 예 그럼  저희 기자가 지금 받으러 가겠습니다.
신난향이, 원고 좀 받아와. 법원앞에서 이리 전화하면 가지고 나올꺼야. 갈 때  조사부 들려서 사진 받아가고  오다가 검열
단 들려 와. 12시까지 넘겨야되. 자, 신문 게라지 나왔으니까 각자 확인해보라구.
 
현경, 받아서 김선배에게 나누어 준다.
이부장 : (동아그룹 광고를 읽는다. ) 얘네 이제 텄네, 텄어.  
 
미다시의 수정과 보완을 부탁하는 전화
현경 : 여기... 「원로를 찾아서」취재기자에 제이름이 들어갔어요.
부장 : ....
현경 : 아니, 부장님...!
부장 : 자네가 학술담당 아닌가?
현경 :  아니 그게 말이  되요? 학술담당이라고 쓰지도  않은 기사에 이름을 도용해도 되는 건가요?
부장 : 그럼 어떻하나?  미안하게 ㄷ네. 국장님이 담당기자이 름을 꼭 써야 된다면서... 시간도  없고 해서 자네한테 얘기도 못하고 원고를 넘겼네.  우리 신문사가 스스로 취재한  것 처 럼 보여야 된다면서 얼마나 성화를 부리던지...
현경 : 그거야 제가 알 바 아니죠. 그리고 스스로 쓴 것도 아 닌데 왜 그렇게  보여야 하죠? 그렇게 내보내고 싶으면 그냥 국보위에서 꼭 쓰라고 했음 하고 내보내는 게 차라리 귀엽지 않나요?
현경, 돌연 벌떡 일어선다.
부장 : 어디가나?
현경 : 화장실이요.
 
잠시 후 다시 들어와서 우산을 챙기며
왜 비까지 부슬부슬 오는거야!
교정부-전두환의 유년시절/ 동아그룹 취임 광고
 
5. 11월 5일 수요일 _시 날씨:
부장, 다른 신문사 부장과 전화를 하고 있다.
 
부장 : 신문들이 자기 대통령 만들려고 얼마나  띄워줬냐? 그 래... 쓰는  사람들도 속이 뒤집혔었다구  ...
멀쩡한  신문사를 왜 없애는 거야? 윤전기,  지금 오는 중이라니까?! 그 윤전기 어떻하냐?
그래...  그 윤전기  비치한다고 붉은  벽돌 모아서 신관 증축하고  있쟎아. 그래.... 참나.  
경향신문사 가도  별거 있겠냐? 가봐야  뻔하지. 문화부 부장이  둘 일수는  없쟎아...
이거 끽소리도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짤리는 거 아닌지 모르 겠다. 어휴 죽겠다, 죽겠어.  
어떻하긴 뭘 어떻하냐? 사표쓰고 경향신문사로 입사지원서 내야지.
다른 애들은  어떻한데? DBS는  어떻대? TBC도?  문화방송 살은것도 신기하군.  CBS는? 거긴 그래도 좀 낫네....
 
현경 등장. 자리에 앉는다.
부장, 현경을 의식하며 전화를 끊는다.
 
이부장: (제법 담담하게) 들어오면서  봤지? 여러분들도 아다 시피 우리 신문사가 경향신문사로 합쳐지게  되었다. 25일 부로 종간되고 15년 신문사문을 닫게  되었다. 각자 사표준비하 고 경향신문 희망부서 지원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아울러서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아듀  80]이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하려 한다.  지난 1년간 문화계를 정리, 평가하는 기사들을 부탁하네. 김양삼이는  영화 여성 방송계를, 이현경 이는 연극, 출판, 학술계를 맡아 주게. 달력을 보며 일정을 설명한다.
 
현경 : 건전 언론 육성과  창달을 위해 자진 폐간 한다니, 우 리 신문만 불건전 신문이라는 건가요? 지방지를 하나로 정리 하는 건  그렇다 쳐도 중앙지  중에서 우리 신문사만 없애는 이유가 뭔죠? 쬐그만게 만만하다 그건가요?
부장 : 이건 루먼데 이순자 때문이라고
현경 : 예?  데스크에서 그만큼 충성했으면 할만큼 한 거  아 녜요?
부장 : 그게  아니라 ... 이순자 친인척  중 한 사람을 모르고 건드렸나봐. 사회부  기자가 기사를 썼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까 이순자의 먼 친척이라 이거지.
현경 : 그것 때문이겠어요? 손바닥 위에서 주무르고  싶어 그 런거지. 말 잘듣는 애들만 추리겠다 ....!
....
현경: 부장님, 점심이나 먹으러 가죠. 제가 살께요.
교정부-25일5면 신아일보15년 발자취를 돌아보며
 
6. 11월 30일 일요일. 오후 3시(?)
    날씨-바람많고 굉장히 추움
현경, 사무실 물품을 박스에 정리한다.
부장등장. 내일 12시 문화체육관 집합/ 사표, 희망원  제출 독
현경 : 사표는 지난 번에 냈습니다.
부장 : (화를  내며) 정말 이러긴가? 그건 사유가 안돼.  경향 신문사에 가지 않기  위해 사표를 쓴다는게 말이 돼?
그러지 말고 일신상의 이유라고  사유를 달아서 다시 쓰게.  자네 때 문에 내가 얼마나 곤란한 지 아나? 회사가 발칵 뒤집어 졌어요!
현경 : 하지만 저는 일신상의 이유가 없습니다.
부장 : (달래며) 이현경이,  자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네. 그 걸 왜 모르겠나. 하지만 지금당장만 생각해서는 안되네. 보다
멀리 봐야지.  무엇보다도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 네. 지금 포기하면  여기서 끝이지만 살다보면 또  좋은 날이 올지 누가 아나?
인생살이 새옹지마라고 앞일은 정말 모르는  걸세. 끝까지 살 아 남아야 뜻하는 바를 펼칠 수  있는거야. 중도에서 그만 두는 건 어쩌면 책임을 방기하는 거야.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다 자네를  걱정해서  하는 소리니까 허투로 듣지 말고 새겨 들어. 나도 이제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네.
내 얼굴을 봐서라도 다시한번 잘 생각해 보길 바라네.
 
현경 :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박스를 들고 퇴장.)
 
1980년 그때
사진 한 장, 기사 한자 한자
시청 언론 검열단을 통과해야만 신문에 실릴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격동하였고, 사람들은 서울의 봄을  뒤로한 채 보이지 않는 폭력집단의 손안에서 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편집국에서 그걸 다 보고 있으면서 말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말하지 않았습니다.
 
광주가 피투성이가 되었을 때
우리는 고작 기사  안쓰기나 출근 투쟁으로 양심적 언론인의 체면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조선일보 뒷골목 선술집에서 나라걱정을 하며 양심적 지성인의 체면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사를 쓰지 않아도  데스크는 통신지, 잡지를 오려 붙인 신문을 만들어 냈습니다.   
 
허접 쓰레기 같은 기사들만이 모여 지면을 채우고 우리가 알 려야 할 것들은 하나도 신문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사를 안 쓴다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결국 해야할 것은 언론 검열단의 눈속임을  해서라고 무언가를 알려야 옳지 않은가?
 
이제 은유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청 검열단에  출근하는 보안사  소위의 투철한 독재수호적 선입관을 역이용한 암호놀이가 시작된 것입니다.
나는 지면에 세상을 알릴 수 있다. 네가  생각하는 단어와 나 의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진실을 전달해 낼 수도 있을 것 이다.
 
기사는
검열단의 보안사 장교를 속이고 데스크의 무미건조함을 속이고
동료기자들의 항의 어린 비판을 들어가며
암호를 찾아 읽을 수 있는 독자를 향해 쓰여지기 시작했습니 다.
그것이 최선이었습니다.
아니, 그것이 최선의 길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최선이었을까요?
 
그 은유기사가 무엇을 했을까요?
아무것도 막지도 바꾸지도 못했습니다.
 
철필등사로 지하신문을 낱장 낱장 만들고 나르는 그때 우리는 1시간에 3만부를 찍어내는 윤전기와 반나절이면 전국 을 장악할 만한 배급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언론이 진실을 밝혔더라면 전두환은  대통령이 되지 못 했고 역사는 다른 길로 흘렀겠지요. 그러나 단  한 명의 기자 도 검열단 통근을 거부하거나, 붓을  꺽으며 양심을 고백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자결하거나 분신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비굴함 덕분에 진실은 끊임없이 은폐되었습니다.
 
그러기를 17년
당신의 지독한 외로움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도 여전히 나의  부끄러움과 함께 당신은 고림되어 있습 니다.
나는 이기적인 자기 합리화는 자신도 모르는 새 누군가를 고 립시키고 있었으며 그것의  결과는 살인 방조가 아니라 살인
그 자체였다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영령들이여, 이런 나의 죄를 용서해 줄 수 있나요?
이제 내가 어떻게 당신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까요?
이제 내가 어떤 말로 당신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요?
당신을 위로할 어떤 것도  찾지 못한 빈 가슴으로 감히 용서 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