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그 그리움으로(2006.11.21 전주굼나제학교)1121peace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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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leftⓒyegie 2010.11.22

 

1121peace 굼나제에 심은 평화나무

나무를 심는다는 것.
씨를 부린다는 것.
그리고 싹 틔우고 돌본다는 것
그리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까지
몹시도 그리워하며
그린다는 것.
한곳 한곳
나무도 아닌 나무
꽃잎도 아닌 꽃잎
평화나무라 이름짓고
심지도 않으면서 심는다고 얘기하며
거닐고 헤어지는 작업이 이어집니다.
동행하는 사람이 없어서
늘 혼자 심고 그리고
돌아서노라면
가끔 누군가 스치면서 다가와
물끄러미 바라보기도하고
아주 즉흥적인 마음으로
자기 안에 있던 평화의 마음을 꺼내서
내일이면 잊을
절실하지도 지속적이지도 못한 행동없는 평화를
그렇게 순간만큼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적어주거나
읽어주고 갑니다.
전주 굼나제 학교옆 허름하지만 정겨운 주차장공간에서
그 날도 그렇게 홀로 평화나무를 심었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보시다가 다가오셔서
평화나무의 식수는 그렇게 포근했습니다.
늘 생각하지 않으므로
현재 절실히 갈망하고 그리워하지 않고 있으므로
평화가 무어라고 생각하는가
평화를 위해 오늘 하고 있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것이 있는가
라고 물으면
무슨 큰 숙제라도 만난양
한참을 곰곰 생각하는 아이들 그리고 사람들.
그렇지만 누구도 평화가 무어냐고 물으면 모른다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은 평화주의자라고도.
그만큼 실체도 행동도 없이 누구나
얕잡아 보게 된 평화
최소한 2006년 이 시기 인간세상에는
평화란 그렇게 쉽게 오용되어가며
간혹은 이기적인 생각만으로 그것이 평화라 생각하며
남 아닌 자기만을 위해서 평화를 인식하고 행하느라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놓치고 있습니다.
평화나무는 이렇게 무심의 천변에
조그마한 자극처럼
아니면 끝없는 무심에 적응하며
오늘도 열 여덟 번째 그리움을 갖고 다가가
또 하나 낯선 곳 굼나제옆마당에
삼몽사처럼 심고지고
그안에 담기는 사람들의 작은 아름다움과
약속을 만납니다.
다가온 사람이 들어주면 부탁도 드립니다.
저희가 가더라도 누군가 이 나무를 보살펴주고
키워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굼나제 아이들이 이사를 가고
또다른 사람들이 이 건물에 들어 살게 되더라도
이 허름한 평화나무의 한 귀절 한 귀절이
퀴즈나 수수께끼처럼 남아서
누군가에게 평화를 힌트 쥐어줄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하자고.
아직은 아무도
이 평화그리움의 365일 여정에
스스로 미리 다가와서 준비하여
같이 노래하고 같이 춤추고 같이 표현하지 않지만
이제 남은 삼백 사십 칠 날을 하나하나 점찍어 가노라면
언젠가는 한두 사람이라도
생업(?)을 버리고 다가와서
동행하는 일도
꿈처럼 이뤄지겠지요.
그리고 저희가 그 365날을 다 못채우고 죽으면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누군가라도 이어서
이 땅에 평화가 다시 올 때까지
욕심없이 기다리면서 행하는
그리움이 지속되기라도 하겠지요.
굼나제 평화나무엔
아주 많은 여백을 배치하여
사랑의 마음을 확대해 나갈 하얀 실이
그 어느 곳보 다도 유난히 많이 쳐졌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행복하게 살아주고 키워져야 할 평화그리움.
이곳 혹은 세상저편 어디에서
평화만을 행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미워하거나 침략하지도 않은 사람들에 의해
평화의 명분이나 이름으로
폭격당하거나 부서지거나 짓밟히고 빼앗기며
죽어가거나 고통받는 사람들.
그들의 고운 호흡이 살아서나 죽어서도
변함없이 행복하기를 빌며..
동지없이 홀로 준비해 떠난
열여덟날째 평화 그리움을
순간이나마 마주쳐 동행하고 함께 해 준 굼나제 아이들과 선생님의 고마운 스침들.
그리고 비록 며칠이 지나면 거짓말이 될지도 모르지만
진정처럼 약속해준 평화의 약속들.
그 만남과 스침에 감사하며
일부러 이름도 익히지 않고
떠나며
이틀 후 또다른 곳
천안 한마음 학교 교정 어딘 가에 세울 평화나무의 꿈을 그리며
굼나제를 작별합니다.

2006.11.24 08:22